
서울 성북구가 최근 ‘마을 행정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8명의 행정사를 권역별로 배치한 작은 규모의 사업이지만, 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주민 가까이에서 생활 민원을 상담하고, 서류 작성과 법령 안내를 지원하며,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제도는 ‘주민 곁의 행정’을 실현하는 중요한 실험이다. 이는 지방자치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장치이며, 행정사의 전문성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행정 서비스는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거듭하며 점차 효율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행정의 문턱은 높다. 온라인 민원 창구를 운영해도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은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규정과 법령은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적 용어로 가득 차 있고, 민원서류 작성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절차가 지연되거나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을 행정사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법과 제도의 언어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복잡한 절차를 동행하며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북구의 사례는 단순히 한 지자체의 시도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행정 서비스의 방향을 제시한다. 물론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행하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행정사가 주민 곁으로 다가가면 주민은 더 이상 ‘민원인’에 머물지 않고 행정 절차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이는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나아가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행정사의 도움을 경험하게 된다면, 행정사라는 직역의 사회적 인지도와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대한행정사회는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성북구의 시범사업이 일회성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뒤따른다.
무엇보다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 행정사가 단순히 서류 작성 대행에 머무르지 않고, 법령 해석과 행정 절차 전반을 안내하는 전문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대한행정사회가 협력해 ‘마을 행정사’의 역할과 업무 표준을 정립하고, 전국 어디서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보 역시 중요한 과제다. 주민들이 제도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면 참여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누리집, 주민센터 안내문을 넘어,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 공간, 노인 복지관, 종교시설, 전통시장 등 생활 현장에서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들이 손쉽게 ‘우리 동네 마을 행정사’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속가능성 확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예산과 인력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순히 지자체 차원의 정책으로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마을 행정사 제도는 단순히 주민 편의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이는 행정사 제도가 국가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대한행정사회가 중심이 되어 지자체와 협력한다면, 이 제도는 행정사 직역의 새로운 도약점이 될 수 있다. 행정사가 단순한 민원 대리인이 아니라, 주민 곁의 행정 길잡이로 인정받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성북구의 시범사업은 이제 더 큰 무대로 확장되어야 한다. 지방 소도시, 농촌 지역,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생활하는 현장에서 마을 행정사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전국적으로 제도가 확산될 때, 행정사는 주민 친화형 행정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다.
대한행정사회는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선도해야 한다. 제도적 기반 마련, 전문성 강화, 홍보 체계 확립을 통해 ‘마을 행정사’를 전국적 모델로 정착시킨다면, 이는 행정사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주민이 체감하는 행정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주민 곁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가까운 행정’, 이것이 마을 행정사가 지향해야 할 가치다. 성북구의 시범사업 같은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될 때 행정사 제도의 진정한 잠재력이 드러날 것이다. 대한행정사회는 그 길을 열어가는 주역이 되어야 하며,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