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김진경 ]

법위에 군림하는‘내부지침’과세
– 세무사도 모르는 기준으로 취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가
얼마전 세무관련 무료상담을 진행하면서 시민과 상담을 하였다. 듣고 보니 의뢰인도 황당하지만 듣는 필자도 당혹한 내용이다. 사실 민원, 인허가 등을 접수하러 관공서에 가면 갑과 을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불편한 관계에서 일반시민은 관청에서 얘기하는 것은 거의 100%(?)의 신뢰를 가지고 응대한다. 대한민국에서 세금은 법으로 부과된다. 이는 헌법 제59조가 선언한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이자,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나 상담 후에 취득세 부과 실무를 찾아보고 판례 등을 들여다 봤다, 이 헌법적 원칙이 현장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상담내용을 추적하면서 알게 되었다. 법에도 없고, 시행령에도 없으며, 고시·예규로조차 공개되지 않은 ‘내부지침’이 사실상의 과세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그 전형적인 사례다. 상속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공동으로 취득한 납세자가, 주택 완공 후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취득세 중과(12%)를 부과받은 사건이다. 문제는 이 중과세의 근거가 명확한 법 조문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내부의 비공개 유권해석이었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직인 세무사조차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던 기준이 납세자에게 수천만 원의 세 부담을 지우는 결정적 근거가 된 것이다.
- 취득세는 어떻게 부과되는가
취득세는 원칙적으로 ‘취득 원인’과 ‘주택 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예외적·제재적 성격을 가지므로, 그 요건은 엄격하고 명확해야 한다. 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4는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상속을 원인으로 취득한 주택, 조합원입주권 등으로서 상속개시일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이다.
이 규정의 문언은 분명하다. 상속을 원인으로 취득한 입주권은 5년간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공동상속의 경우에도 지분이 가장 큰 상속인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소수 지분의 상속인을 무조건 과세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이는 상속이라는 비자발적 취득의 특수성을 고려한 입법자의 명확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입주권이 주택으로 완공되어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으므로 취득 원인은 상속이 아니라 소유권보존”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중과세를 적용했다. 이 해석의 근거로 제시된 것이 바로 행정안전부 부동산세제과의 내부 유권해석이었다.
- 세무사도 모르는 기준, 과연 법인가
이 사건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는, 해당 유권해석이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령정보시스템,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고시·예규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문건이었다. 실제로 납세자는 사전에 관할 구청에 문의했고, 세무사에게도 자문을 구했으나 “상속 입주권은 5년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동일한 답변을 받았다. 이는 해당 내부지침이 전문가 집단에도 공유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조세 부담을 발생시키는 기준이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법이 아니다. 헌법과 판례가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국민은 자신의 행위가 어떤 세금 부담을 초래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은 공표된 법령이어야 한다. 비공개 내부문건은 행정조직 내부의 업무 편의를 위한 것일 뿐, 대외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
대법원 역시 여러 판례에서 “훈령·예규·지침은 행정조직 내부의 준칙에 불과하며, 일반 국민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명확히 판시해 왔다. 법률의 위임 없이 내부지침만으로 과세요건을 확장하거나 납세자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반한다
- 내부지침이 법을 이길 수는 없다
조세법률주의의 본질은 단순한 형식 논리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원칙이다. 과세요건은 국회가 만든 법률로 정해야 하고, 행정청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 행정 편의적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법령의 문언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해석을 앞세워 그 적용 범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상속을 원인으로 취득한 입주권”이라는 법적 개념을, 주택 완공 후 등기라는 형식적 사유만으로 부정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도 반한다. 실질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시점은 상속개시일이며, 보존등기는 그 권리를 공시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해석은 행정청 스스로 상속등기를 기피하게 만드는 모순을 낳는다. 등기를 하면 중과세, 등기를 하지 않으면 비과세라는 결과는 공적 등기제도의 신뢰를 훼손하고, 성실한 납세자를 오히려 불리하게 만든다. 이는 조세 공평주의와 비례성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 신뢰보호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행정청의 안내를 신뢰하고 행동한 국민을 사후적으로 불이익하게 만드는 것은 행정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 지방세기본법과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의 해석이나 관행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소급하여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는 관할 구청의 명확한 안내를 받고 등기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비공개 내부지침을 들이대어 중과세를 부과했다면 이는 명백한 신뢰침해다. 행정의 책임은 국민에게 전가될 수 없다. 행정청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기준의 불이익은, 그 기준을 만든 행정조직이 감당해야 한다.
- 법치국가는 ‘비밀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이 사안은 특정 개인의 억울함에 그치지 않는다. 세무사도 알 수 없는 내부지침으로 취득세를 부과하는 구조가 용인된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오늘은 상속 입주권이지만, 내일은 또 다른 거래 유형이 될 수 있다. 법률이 아니라 내부 문서가 과세 기준이 되는 순간, 조세 행정은 예측 불가능한 권력 행사가 된다.
법치국가는 법으로 통치되는 국가다. 조세는 그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법률주의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내부지침은 법을 보충할 수는 있어도, 법을 대체하거나 넘어설 수는 없다. 세무사도 모르는 기준으로 수천만 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관행은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법에 없는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답 역시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 조세 행정이 다시 헌법과 법률의 자리로 돌아갈 때, 비로소 국민은 국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