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박정환 ]
사법부 판단 앞두고 ‘반쪽 총회’ 강행…자치 규약 무력화·직권 남용 논란

(단성면 사무소 전경)
산청군 단성면 ○○마을 이장 선거 과정에서 단성면 공무원의 부당한 선거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행정 중립성 훼손은 물론 감사 및 형사 책임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20일 ○○마을에서 개최된 주민총회 겸 이장 선거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장 후보로 지원한 2명 중 이모 씨는 과거 공금 유용 전력으로 인해 마을 자치 규약에 명시된 ‘이장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마을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명의)에 의해 후보자 지원이 정식으로 반려됐다. 이는 마을 자치규약에 따른 적법한 절차였다.
그러나 단성면 부면장 배○○ 씨는 이 과정에서 “공금을 변제했으므로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며 자치 규약의 해임 조항을 사실상 무시하는 취지의 구두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 공무원이 마을 자치 규약을 임의로 해석·무력화한 셈으로, 명백한 행정 월권이자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후보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이모 씨는 지난 1월 12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이장 후보자 자격 확인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 를 제출했으며, 해당 마을 자치 규약의 효력과 후보자 자격 여부는 현재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처분 인용 여부 및 본안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성면은 사법부 판단을 사실상 무시한 채, 이장 공석 사태에 대한 행정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이장 선거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후보자와 그 지지층만 참석한 이른바 ‘반쪽 짜리 주민 총회’가 개최됐고, 이 자리에는 단성면 부면장을 포함한 공무원 4명이 입회 해 선거 관리 위원 선출 등 후속 절차가 급속히 진행됐다.
이는 사법부 판단 이전에 특정 방향의 선거 결과를 유도하려는 행정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며, 결과적으로 주민 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자격 논란이 있는 후보가 이장으로 선출돼 단성면장이 이를 임명할 경우, 해당 임명 행위 자체가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이중적 태도다. 지난해 12월 20일 주민총회 당시에는 관례적으로 입회해 오던 단성면 공무원들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단성면에서 같은 해 12월 16일, ‘산청군 마을 이장 선출 절차 세부 권고안 이행 요청’이라는 공문을 통해 기존 주민총회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직후였다. 행정 편의에 따라 입회 여부를 선택적으로 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마을은 과거에도 수변 보조금 횡령 사건으로 관련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등 보조금 비리로 큰 홍역을 치른 전력이 있다. 이번 이장 선출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관행적 보조금 집행 비리와 행정 유착 의혹까지 연쇄적으로 폭로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경남도 차원에서 “해당 이장 선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성면 부면장 배○○ 씨에 대해 즉각적인 감사 착수와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직권 남용, 선거 개입, 공무원 중립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사법적 책임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청군 관내 모든 마을 자치 규약의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행정이 자의적으로 규약을 해석·개입하는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