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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 개입으로 뒤집힌 시각장애 판정, 무엇이 달랐나 김정섭 기자 2026-04-21 09:59:43

행정사 개입으로 뒤집힌 시각장애 판정, 무엇이 달랐나[대한행정사회신문=김정섭 기자]

장애인 등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를 확보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국가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특히 시각장애와 같이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는 그 판정 결과가 개인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의 행정은 언제나 법과 제도의 취지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명확한 기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이 실제 판단 과정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도 장애 판정이 유보되거나 거부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시각장애 사건에서 행정사의 개입으로 이러한 행정 판단이 뒤집힌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최근 기자가 접한 한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뇨망막병증과 황반부종을 앓고 있던 한 민원인은 수년간 치료를 받아왔음에도 시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였다. 의료기록상 양안 최대 교정시력은 각각 0.05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시각장애 기준인 ‘좋은 눈의 시력 0.06 이하’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의 판단은 장애 인정이 아닌 ‘유보’였다. 그 이유는 “추가적인 치료를 통해 회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장애 상태가 아직 고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러한 판단은 표면적으로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판단이 실제 의료 경과와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해당 민원인의 치료 이력을 살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그는 2022년 이후 약 4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안과 치료를 받아왔다. 수십 차례에 이르는 외래 진료가 이루어졌고, 유리체강 내 주사 치료 역시 여러 차례 시행되었다. 특정 시기에는 한 달 동안 집중 치료가 이루어질 정도로 적극적인 의료적 개입이 이루어졌다. 

 

이는 결코 치료가 부족하거나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고, 0.05라는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장애 판정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미래의 가능성인가, 아니면 현재의 현실인가. 법령의 취지는 분명하다. 일정 기간 치료를 시행한 이후에도 기능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상태가 고정되었다면 이를 장애로 판단해야 한다. 즉, 장애 판정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기능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 실무에서는 종종 이 기준이 뒤바뀐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정이 실제 상태를 압도하면서, 이미 고착된 장애 상태조차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판단의 차이를 넘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행정사의 개입이었다. 행정사는 단순히 민원인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건에서는 ‘권리를 설계하는 전문가’로서 기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먼저 행정사는 의료기록을 ‘법적 언어’로 재구성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록은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행정 판단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사는 시력 수치, 치료 경과, 진단 내용 등을 법적 기준과 직접 연결되는 형태로 재정리했다. 시력 0.05라는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법령상 기준을 충족하는 핵심 요소로 강조되었고, 수년간의 치료 이력은 장애 상태의 고착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재구성되었다.

 

또한 행정사는 ‘고착성’이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고착성은 단순히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일정 기간 동안 충분한 치료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능 회복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 즉 변화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행정사는 4년 이상의 치료 기간, 반복된 의료적 개입, 그럼에도 변화 없는 시력 상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현재 상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정된 상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 더해 의학적 비가역성도 중요한 논거로 제시되었다. 당뇨망막병증과 황반부종은 진행성 질환으로, 일정 단계 이상 진행되면 망막세포가 손상되고 이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이러한 의학적 특성은 단순한 경과 설명을 넘어, 왜 해당 상태가 회복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행정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존 처분은 장기간의 치료 경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객관적 수치보다 추상적인 가능성을 우선시했으며, 결과적으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였다.

 

행정사는 이러한 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행정 처분은 반드시 객관적 자료에 기반해야 하고, 단순한 추정이나 가능성만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생활 기능의 측면을 함께 제시했다는 것이다. 해당 민원인은 글씨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운전이 불가능했으며, 보행 시 안전에도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는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적 장애였다.

 

결국 이의신청은 단순한 재심 요청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논리 구조로 제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기존 판단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다. 그 결과 유보 처분은 번복되었고, 최근 장애 기준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권리는 단순히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행정 절차 속에서 권리는 ‘증명’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는 단순한 서류 작성이 아니라, 사실과 법, 그리고 논리를 연결하는 전문적인 작업이다.

 

행정사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행정사는 법률과 행정 실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이 가진 사실과 권리를 제도 속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료 정보와 법적 기준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행정 판단의 논리를 재구성하며,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대행 업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특히 장애인 등록과 같은 절차에서는 이러한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동일한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어떻게 구조화하고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행정은 형식적인 절차를 따르는 동시에, 논리적 설득에 의해 움직이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례는 한 개인의 권리가 회복된 사건을 넘어, 행정 절차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장애 판정 제도가 보다 현실 중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행정은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 현실을 평가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것이 권리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역할. 그 중심에는 행정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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