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산청군을 덮친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무너진 제방, 유실된 농로, 쓸려 내려간 농경지와 산림은 단순한 시설 피해를 넘어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재난이 지나간 뒤에 시작됐다.
1년이 지난 2026년 6월 현재, 산청군 곳곳에는 아직도 복구가 이뤄지지 못한 현장이 남아 있다. 일부 세천과 하천 제방은 붕괴된 상태로 방치돼 있고, 산림 지역 역시 추가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불안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재난은 자연이 만들었지만, 복구 지연은 행정이 만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단 15일…피해 조사의 한계가 만든복구 공백 수해 복구의 출발점은 정확한 피해 조사다.하지만 산청군이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피해를 입력할 수 있었던 기간은 2025년 7월 21일부터 8월 5일까지 단 15일이었다.

(복구 기약이 없는 산청군 신등면 세천 우측 위 답 제방이 붕괴된 지역)
당시 공무원들은 응급 복구와 피해 조사, 현장 확인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휴일도 반납한 채 현장을 누볐지만 산악지형과 계곡이 많은 산청군의 특성상 모든 피해를 확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조사에서 누락된 피해들이 하나둘 확인되기 시작했다.문제는 이 누락이 단순한 행정 착오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뒤늦게 확인된 134건 피해…41억 원 넘는 국비 지원 공백산청군이 추가로 확인한 피해 현황에 따르면 NDMS 등록에서 제외된 피해 건수는 총 134건에 달한다.
확인된 금액만 41억1천만 원 이상이다.
특히 산지사방과 계류보전, 사방댐 등 산림 재해 예방시설이 집중된 임야 부문에서만 80건의 피해가 추가 확인됐다.일부 지역은 아직 피해 규모조차 최종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결국 현재 드러난 41억 원도 전체 누락 규모의 일부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피해들이 '조사 기간 내 미등록'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재난은 분명 국가적 재해였지만, 복구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에 남겨졌다.

(작년 수해를 입은 세천 주변의 답과 아직도 복구기약이 없는 현장)
예산 부족에 멈춘 복구…다가오는 우기 앞둔 주민들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산청군 입장에서 41억 원이 넘는 추가 복구 비용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산청군은 예산 부족으로 올해 우기 이전 복구 완료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공사가 늦어지는 문제가 아니다.무너진 제방과 세천, 불안정한 산사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2차 피해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복구가 지연될수록 주민들의 불안도 커진다.
지난해 수해를 경험한 주민들에게 올여름은 새로운 계절이 아니라 또 다른 걱정의 시작일 수 있다.
행정 절차가 안전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이번 산청군 사례는 대한민국 재난 복구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재난 발생 후 단 15일이라는 제한된 조사 기간 안에 모든 피해를 확인해야 한다는 시스템이 과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특히 산청군처럼 산악지형이 많고 피해 지점이 광범위하게 분산된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오히려 복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제도 개선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다.
국가가 답해야 할 시간 산청군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실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복구 지원과 안전 보장이다.재난은 행정 일정표에 맞춰 발생하지 않는다.그렇다면 복구 역시 현실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재난관리기금 활용 등 실질적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수해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산청군.무너진 제방보다 더 무거운 것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 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이제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절차 논쟁이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단이다.
산청군민들은 지금도 복구 현장이 아닌, 하늘을 먼저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