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고] 행정심판은 소송 아닌 행정절차, 행정사가 대리해야
  • 김민수 기자
  • 등록 2023-08-30 09:27:17
  • 수정 2023-08-30 10:28:48
기사수정


행정심판제도는 국민이 행정청으로부터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행정부)에 신속한 구제를 청구하고 행정청이 스스로 처분을 재고하는 행정절차이다. 행정심판은 운전면허사건, 보훈사건, 고용노동, 학교폭력, 재정금융, 환경 등 국민 생활 전반을 다루고 있다.

 

행정사는 국민의 편익 도모와 행정제도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전문자격사로서, 과거 대서인으로 불리던 1897년부터 오늘날까지 한 세기가 넘도록 국민의 곁에서 행정심판, 이의신청, 소원, 청원 등의 행정불복절차를 조력해왔다. 이처럼 행정심판과 행정사는 모두 ‘국민’과 ‘행정’을 위한 제도라는 동일 가치를 추구하며 발전해왔다.

 

국민에게 행정심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복잡한 행정분쟁에 대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서라도 오랫동안 행정심판 업무를 수행해온 행정사에게 현재의 심판청구서 작성 업무보다 확대된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행정사와 행정심판 대리권을 두고 경합하는 변호사단체에서는 행정심판을 사법절차라든지 행정소송에 종속된 예비소송인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 이는 행정심판 제도를 평가절하하고 모든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법만능주의를 내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행정심판이 사법절차라면 행정소송의 심사단계를 더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행정심판의 사법적 요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행정심판제도 존재이유를 반감시키게 된다.

 

행정심판이 사법절차를 준용하는 이유는 운영상의 수단일 뿐이지, 궁극적인 목적은 삼권분립체제에서 사법부를 거치지 아니하고 행정부의 자체적인 판단(재결)에 따른 국민의 권리보호와 함께 부적절한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부 내부적인 자기반성과 재량의 통제에 있다.

 

현대 행정법의 발전을 주도하는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행정심판을 순수한 행정절차로 인식하고 있고, 행정법의 초석을 구축한 프랑스는 “행정이 행정을 심사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행정심판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소위 소송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대부분의 분쟁을 민사재판에 의존해왔으나 점차 행정에 관해서는 행정부 내의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과 국가 간의 분쟁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 행정사와 유사한 행정서사제도가 있는 일본은, 2014년부터 행정사에게 행정불복절차 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은 행정부 내에서 발생한 분쟁의 책임은 행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행정부 내의 자체적인 분쟁해결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데, 대표적인 행정작용으로서의 행정심판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심판제도는 소송제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행정부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 국민의 행정상 임시지위를 인정하는 임시처분제도, △ 처분청 대신 행정심판위원회가 처분을 대신하는 직접처분제도, △ 불합리한 법령의 개선권고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위와 같은 행정심판의 세부제도는 행정심판이 행정의 자율적인 통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분쟁의 책임 당사자를 가리는 사법과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행정심판제도는 국민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반영될 때 훌륭한 제도로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행정법률 시장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것도 국가의 마땅한 책무이며, 변호사에게만 전면적인 행정심판 대리권을 독점시켜 과도한 법률비용을 부담하도록 내모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정심판 대리인으로서 행정사를 택할지 변호사를 택할지는 국민에게 결정권이 주어져야 한다. 그동안 행정심판제도는 기능과 운영의 측면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발전해왔다. 이제 그에 걸맞은 국민의 접근성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수 행정사 (대한행정사회 이사, 법제위원)

1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대차 정몽구 재단 등 3개 기관, AI 시대 기후테크 정책 포럼 개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지난 7월 14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와 함께 `제1회 AI 시대의 기후테크 혁신 포럼`을 개최했다.이번 포럼은 최근 기후테크 관련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는 등 급변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 민관 파트너십(PPP)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도출하고자 마련됐다.재단은 `그린 소사이어티`를 통해 확보한 실...
  2. 국토교통부, `스마트도시산업 특수분류` 제정해 산업 육성 토대 마련 국토교통부는 스마트도시산업의 규모와 일자리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 육성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7월 24일 `스마트도시산업 특수분류`를 신규 제정한다.스마트도시산업은 교통·환경 등 도시 운영 전반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복합 산업이다. 그간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체계 내에서는 소.
  3. 2026년 상반기 전국 지가 1.22% 상승…토지 거래량도 2.2% 증가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2026년 상반기 전국 지가 변동률이 1.22%를 기록하며 전년 하반기(1.19%) 대비 상승폭이 0.03%p 확대되었다고 24일 밝혔다.이 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가는 2023년 3월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매월 0.2%대 내외의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다.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69% 상승하며 전년 ..
  4. 심야 도심 오토바이 굉음 잡는다…박정 의원, `무인 단속` 법제화 추진 심야 도심 내 이륜차 배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상시적인 단속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무인 소음 단속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된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파주시을)은 23일 이륜차 소음으로 인한 국민의 일상 속 고통을 해결하고자 `소음·진동관리법 일부개정법.
  5. 구로구, 40세 이상 구직자 대상 경비원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구로구가 재취업을 준비하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를 위해 경비원 법정교육부터 취업 연계까지 묶은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구로구는 `2026년 경비원 취업지원 프로그램 3기` 참여자 51명을 27일부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밝혔다.구로구는 2024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경비직 취업 시 법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일반경..
  6. 경기도청소년야영장, 도내 5개 청소년시설과 상생협력 네트워크 구축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청소년야영장이 도내 5개 청소년수련시설과 손잡고 상생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경기도청소년야영장은 23일 연천군청소년수련관 AI센터에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청소년 활동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선언했다.이번 협약에는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를 비롯해 군포시 청소년수련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