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김진경 ]

한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특히 외국인 배우자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나, 개인적 및 사회적 이해가 더욱 중요하고 특히 부부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상호 문화 이해가 필요하다.
결혼비자는 상대방 배우자에 의해 연장 및 갱신이 가능하며,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배우자와의 관계가 법적 지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외국인 배우자는 국민 배우자(한국인)에게 경제적으로나 법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발생할 때 체류와 관련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외국인 배우자 입장에서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판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대판2018두66869)
결혼이민(F-6) 체류자격에 관한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2조(일반체류자격) [별표 1-2] (F-6) 다)목의 입법 취지 및 그 체류자격의 요건인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의 의미에 대한 판례이다.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의 입법 취지는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국내에서 체류하던 중 국민인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외국인에 대하여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결혼이민[F-6 (다)목] 체류자격을 부여하여 국내에서 계속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오로지 국민인 배우자의 귀책사유 탓이고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전혀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재판상 이혼 등 우리 민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되고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하여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고 판례는 적시하고 있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민배우자(한국인 남편)와 그 어머니는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외국인배우자(원고)에게 고된 일을 시키고 시급 등 어떠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또한 국민배우자도 생활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아 힘들게 지내던 중 외국인배우자는 임신5주차에 질출혈이 있어 인근 병원까지 걸어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의 소견으로 유산을 방지하기 위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시어머니의 요구로 다시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질출혈이 재발하였고 다음 날 유산하였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후 다시 편의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였으나 고정적인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해, 원고는 직접 돈을 벌기 위해 남편과 시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인삼면세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남편과 시어머니는 원고가 없어 일이 힘들다고 하여 원고에게 편의점에서 다시 일하라고 종용하기에 이르렀고 시어머니는 남편과 원고의 고정급여를 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시어머니는 편의점에서 일하지 않으면 이혼하라고 하였고, 남편은 원고에게 친척언니 집에서 지내라 하고 데려다 준 다음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원고가 가출하여 소재불명이어서 신원보증을 철회한다’는 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다음, 원고에게 시어미니의 뜻이라며 이혼을 요구하였다.
이에 원고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국민배우자(남편)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혼인파탄의 귀책사유를 인정하여 소송이 조기에 종결될 경우,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남편으로부터 실제 위자료나 소송비용은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였고, 인천가정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각종 증거들에다가 남편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한 점을 종합하여, 원고가 남편과 시어머니의 부당대우로 유산하게 된 사실, 시어머니가 축출하여 집에서 나오게 된 사실 등을 참작하여 남편의 주된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와 남편은 이혼하고, 남편은 원고에게 위자료로 1,000,000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은 쌍방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후 원고가 피고(행정청)에게 결혼이민[F-6 (다)목] 체류자격 허가신청을 하자, 그 무렵 피고 소속의 공무원들은 원고와 남편을 면담하여 이혼 경위를 청취하는 방식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는데, 당시 남편은 ‘원고가 직장에 출근하는 문제로 시어머니와 갈등하다가 스스로 짐을 싸서 집을 나갔고, 이혼소송에서 원고의 변호사로부터 자신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원고가 한국에서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준비서면을 가정법원에 제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피고(행정청)는 이 사건 이혼확정판결 자체에 의하더라도 남편에게 주된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일 뿐 전적인 귀책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실태조사에서의 남편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이혼확정판결의 판단 내용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아, 원고에 대하여 ‘남편에게 혼인파탄에 관한 전적인 귀책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였다.
하지만 체류자격을 신청한 외국인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하는 경우, 처분사유 / 결혼이민[F-6 (다)목] 체류자격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위 처분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가 행정청에 있다고 판시하였다.
행정청은 처분시 그 처분사유를 증명하여야 함에도 국민배우자(남편)의 의견만을 청취하고 가정법원에서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거부처분한 것은 인정할 수 없고 가정법원이 이혼확정판결에서 내린 판단을 존중함이 마땅하다고 하였으며 이혼소송에서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않아 이혼확정판결의 사실인정과 책임판단에서 누락된 사정이 일부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혼확정판결의 판단 내용을 함부로 뒤집으려고 해서는 안 되며, 이혼확정판결과 다른 내용의 판단을 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하여 혼인파탄에 관한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원고(행정청)가 증명하여야 하는데, 원고는 체류자격의 요건의 해석과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행정청이 가정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처분을 하는 것은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가정법원의 이혼확정 판결의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더 폭넓게 이해를 한다고 하면 이번 판례는 행정청의 자의적 판단(재량행위)에는 법적인 테두리내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과 증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내포되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외국인 배우자의 안전을 우선시하여 비자 문제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별도의 비자를 발급하거나 비자 연장을 지원하는 정책, 복지 등이 지속적으로 발굴 및 마련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