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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변상금 통지서, 행정의 신뢰는 어디로?
  • 김진경
  • 등록 2025-04-11 0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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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행정사회신문=김진경 ]


 

 

 

 

40년 만의 변상금 통지서, 행정의 신뢰는 어디로?

 

- 00빌딩 ‘시유지 무단점유’ 사건을 통해 본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 원칙

 

서울 시내 한복판, 정식 사용승인을 받고 준공된 ‘00빌딩’에 최근 뜻밖의 통지서 한 장이 도착했다. “귀하의 건물은 시유지 도로를 무단 점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0천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합니다.”

 

통지서를 받은 각 소유주 하나같이 어리둥절했다. 해당 건물은 무허가 건축물이 아닌, 당시 행정청이 적법하게 승인한 건축물이었다. 더구나 무단 점유의 대상이 된 부지는 바로 그 건물 내부 공간 중 일부다. 40년 넘게 아무런 행정적 문제 없이 유지되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점유한 시유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행정청의 논리는 단순하다. 해당 부지는 ‘도로’로 지목된 시유지이며, 점유에 대한 허가가 없었으니 변상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목상 도로’라는 표시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도로법」상 도로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도로로서 공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도로구역 지정, 고시, 노선 확정 등의 절차가 수반되어야 하며, 현실에서도 도로로 기능하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이 결여된 채 단순히 지목상 도로라는 이유만으로 변상금을 부과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0두11849 판결에서 “실질적으로 도로로 사용되지 않고, 도로법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부지에 대해 도로법상 변상금 부과는 위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행정청이 승인한 건축, 그 행정청이 무단점유라고 말한다. 00빌딩은 단순한 묵시점유가 아니다. 건축 당시 시유지 부지를 포함해 전체 대지에 대해 건축허가를 받고, 사용승인을 받았으며, 준공 후 40여 년간 행정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시정 요구도 받지 않았다. 이 점에서 이번 변상금 처분은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판단을 넘어선다.

 

 행정청이 과거 승인한 행정행위를 뒤집고, 자기 행정의 결과를 무시하는 처분이기 때문이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행정법의 가장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다. 이는 행정청의 선행 행위에 따라 국민이 일정한 신뢰를 형성했을 경우, 그 신뢰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행정절차법」 제4조는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행정청은 법령의 해석이나 기존 행정관행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해석으로 인해 과거 행위에 대해 소급적으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는 단지 도덕적 요구가 아니라 법적 원칙이다. 

 

 00빌딩의 사례에서 행정은 수십 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돌연 "이 땅은 도로이므로 당신들은 무단점유자"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그간의 묵시적 인정, 관리 방기, 승인 자료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이 아닐까?

 

 취득시효는 법적 안정을 위한 또 하나의 장치이다. 법은 때때로 과거의 복잡한 사정을 덮고, 현재의 실질에 따라 권리를 정리한다. 그 대표적 제도가 바로 ‘민법상 '시효취득'이다. 20년 이상 타인의 간섭 없이 점유를 지속하면, 권원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이 제도는 법적 안정을 위한 현실적인 장치다. 00빌딩은 해당 부지를 40여년간 공연히, 평온히 점유해 왔다. 하자가 있는 점유도 아니고, 해당 건물은 행정기관의 감독 하에 승인된 공공적 건축물이다. 그 점유가 자주점유인지 타주점유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법원 94다60301 판결은 “별다른 이의 없이 장기간 점유한 경우 자주점유로 추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00빌딩만의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빌딩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식의 행정 판단이 허용된다면, 과거 수십 년 전 허가받은 건축물들도 언제든지 무단점유자, 변상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비구역 내 매립지, 지목 정리 전 국공유지 포함 대지, 도시계획 변경에 따라 신설된 ‘도로’ 지목 부지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행정의 실수는 국민이 감당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합법적으로 건축된 건물 내 일부가 수십 년이 지나 무단점유로 바뀌었다.’ 이 말을 곱씹을수록 행정의 책임과 신중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행정은 공정해야 하며,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 00빌딩 사건은 단순한 소유권 분쟁이 아닌, 행정의 정당성과 지속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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