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기고: 전본희 기자 >
2025년 현재, 행정사의 업무 범위에 관한 논의는 단순한 자격 영역을 넘어 국민의 권리구제 수단 확보와 직결되는 법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제처가 2015년 10월 23일 회신한 법령해석례(15-0443)는 행정사의 업무에 대해 "일반적인 행정지식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정사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행정사의 직무 전문성을 저해하고, 관련 법률 해석에 있어 불합리한 전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본 기고에서는 해당 해석례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행정사의 직역 보장과 제도 발전을 위한 올바른 법해석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해석례의 주요 내용 요약
법제처 15-0443 해석례는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에서 규정한 "다른 법령으로 정하여진 경우"에 해당하여, 행정사가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4호의 업무 중 행정사법 제2조에 해당하는 범위 내에서는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이처럼 행정사 업무 수행 가능성을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및 제출과 같이 일반적인 행정지식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정 사무는 분야별 전문자격자에게 맡기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자격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문제는 이 문구가 이후 법적 해석과 판례에서 행정사의 업무를 단순·보조적인 것으로 축소시키는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표현상의 문제점: “일반적인 행정지식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첫째, "일반적인 행정지식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이라는 표현은 행정사의 업무가 단순한 문서 작성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행정사법 제2조 제5호는 행정사에게 인허가, 승인, 면허 등을 받기 위한 "신청, 청구 및 신고 등의 대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서류 기재'를 넘어 관계 법령과 절차를 정확히 해석하고 적용하는 고도의 법률 실무 행위이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식품위생법, 개발행위허가,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른 인허가 대리는 행정법규와 각종 시행령, 행정규칙까지 아우르는 해석능력과 실무 경험이 요구된다. 이를 두고 단순 행정지식 수준으로 치환하는 것은 법률의 입법 취지와 실제 직무 현실을 모두 왜곡하는 표현이다.
둘째, 해당 표현은 행정사 제도 도입의 목적과 취지를 협소하게 해석한다. 행정사법 제1조는 명확히 "행정과 관련한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고, 행정제도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비용의 문서작성자를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전문 자격자를 통해 행정기관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보다 정확하고 실효성 있게 주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행정사의 직무를 '저렴한 비용의 단순 대행'으로 보는 관점은 입법 목적을 전면적으로 자의 해석하고 오독한 결과이다.
해당 표현의 파급효과: 판례와 실무에 미치는 왜곡된 영향
법제처 해석례의 이 표현은 이후 여러 판례와 실무 판단에서 자주 인용되며, 행정사의 직무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행정사가 행정심판의 청구서를 작성하고 이를 대리하여 제출하거나, 노동 관련 진정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단순 서류작성 대행을 넘어서는 행위"로 평가되어 변호사법 위반 등의 논란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판결들은 법제처 해석례의 표현을 원용하거나 유사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행정사의 실질적 직무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또한 감사원 심사청구 대리 가능 여부에 관한 논의에서도 이 문구는 부정적 논거로 사용된다. 감사원은 심사청구에 대하여 행정사의 대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 논거 중 하나로 "행정사는 일반적인 행정지식으로 수행 가능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격자"라는 해석이 인용되고 있다. 이는 행정사 자격이 고도의 행정 실무와 제도 개선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도외시한 결과이며, 직역 축소에 직결되는 문제다.
보다 타당한 해석의 방향
행정사법 제2조는 단순 서류작성뿐만 아니라 청구·신청·신고 등의 대리, 사실관계 확인, 법률관계 검토 등을 포괄하는 규정이다. 이는 행정사에게 일정한 법률해석 능력과 실무적 판단을 요구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현행 법령상 행정사는 민원인과 행정기관 사이의 중개자로서, 단순 전달이 아닌 내용구성·절차 설계·문서기획까지 수행한다는 점에서, '행정지식만으로 가능한 단순업무'라는 표현은 편견에서 비롯되는 잘못된 견해다.
행정사가 수행하는 업무 중 다수는 타자격사와 업무영역이 중첩될 수 있으며, 그 경계는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전제로 한 과잉 제한은 국민의 선택권과 권익구제 기회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각 자격사의 전문성을 상호 보완적 시각으로 보고, 행정사가 수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업무를 존중하고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결론 및 제언
행정사는 결코 '일반적 행정지식으로 단순 서류를 작성하는 보조 인력'이 아니다. 행정사법은 고도로 발달된 현대 행정사회에서 국민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행정분야 전문 자격제도로서 설계되었다. 인허가를 대리하기 위헤서는 사업계획 수립과 같은 기획능력은 물론이고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정확하게 이해하여야 수행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유로 행정사는 행정 전반을 꿰뚫는 종합적 문제해결 전문역량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게 되었고 국민의 민원해결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법제처 15-0443 해석례에 포함된 "일반적 행정지식"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며,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잘못된 해석이다.
대한행정사회는 해당 해석례의 재검토를 요청하고, 법제처는 해석례에서 유출된 불명확하거나 축소적 표현을 정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행정사 업무의 법적 경계와 실무적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입법적 보완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직역 간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익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