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이 모자라 외국인 근로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농촌 현장. 그러나 불법 브로커가 제도의 틈을 파고들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농촌 현장에 뿌리내린 불법 브로커 실태
농촌 현장은 지금 심각한 혼란 속에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실태는 여전히 불법과 편법이 뒤섞여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지역에서 행정사를 사칭하거나, 단체장의 이름을 팔며 불법으로 중개 행위를 하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과 서류 대행을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기며, 일부는 공무원에게까지 갑질을 일삼는다. 그러나 이를 단속하고 지도해야 할 행정은 인력과 제도의 한계로 사실상 무력하다.
이 문제의 근본에는 ‘전문 행정의 부재’가 있다. 행정의 공백을 메워야 할 자리에는 무자격 브로커가 앉아 있고, 정작 법률적 자격을 가진 ‘행정사’의 역할은 배제되어 있다. 농민들은 복잡한 절차를 감당하지 못해 불법 브로커의 손을 잡고, 외국인 근로자는 인권 침해와 체류 불안에 시달린다. 행정사 제도가 존재함에도,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다.
현재 계절근로자 제도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하려면 입출국 절차, 근로계약서 작성, 숙소 점검, 보험 가입, 건강검진, 교육 등 수십 가지 행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민 혼자서 처리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공무원조차 매년 바뀌는 규정에 혼란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브로커들이 ‘대행’을 명목으로 접근한다. “모든 걸 대신 처리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농가는 1인당 수십만 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근로자는 자신이 누구의 초청으로 일하는지도 모른 채 노동 현장으로 보내진다.
◆ 피해자는 농민과 근로자 모두… 불법 구조의 악순환
그러나 이들 브로커의 상당수는 법적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사를 사칭하거나 명함에 ‘행정사 협력’이라는 문구를 적어 넣어 신뢰를 얻는다. 심지어 일부 공무원조차 이들을 공식 행정대리인으로 착각한다. 행정사법에 따르면 외국인 체류, 고용, 인허가 관련 업무는 자격 있는 행정사만이 대행할 수 있지만, 법의 테두리는 현장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단속할 주체가 없고,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일부 브로커는 근로자 급여에서 불법 수수료를 공제하고, 일부는 고의적으로 근로자 이탈을 유도해 다른 농가에 재배치하며 이중 이득을 취한다. 농가는 행정상의 문제로 과태료를 물거나, 인력 공백으로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서류상 초청 농가와 실제 근무 농가가 달라 불법체류자로 간주되는 사례도 있다. 피해자는 농민과 근로자 모두지만, 정작 이 사태의 원인은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다.
행정사의 합법적 대행이 자리 잡을 때, 농민·근로자·지자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 제도가 가능해진다.
◆ 브로커 단속만으로는 부족, 제도의 근본을 바꿔야
이제 행정사는 단순한 민원 대리인이 아니라, 현장 행정의 전문 파트너로 자리 잡아야 한다. 행정사는 외국인 고용 관련 법률, 출입국 관리, 근로계약, 체류 자격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 자격사다. 그럼에도 농촌 현장에서 행정사의 역할은 체계적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브로커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행정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눈을 감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재설계다. 중앙정부는 계절근로자 제도를 ‘지자체 자율운영’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하지 말고, 전국 단위의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모든 외국인 근로자의 초청·입국·근로계약 과정을 하나의 공공 포털에서 관리하고, 행정사만이 대행할 수 있는 절차를 명확히 법에 명시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브로커 단속 권한을 강화하고, 계절근로자 업무 전담팀을 신설해 행정사와 협력할 수 있는 공공 대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공공-행정사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행정 업무를 전문 행정사에게 위탁하고, 농민은 공식 수수료만 부담하도록 제도화하면 불법 브로커의 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농민은 투명하게 인력을 확보하고, 외국인 근로자는 합법적 절차 속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동시에 행정사는 공적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함으로써 행정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다.
불법 브로커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합법적 대행의 통로’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불법이 활개치는 이유는 법의 절차가 복잡하고 대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사가 참여하는 공식 행정 지원 체계를 도입하면, 농가와 근로자는 합법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지자체는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법 집행력과 행정 신뢰의 문제다.
◆ 이제는 ‘행정사’가 나서 합법적 대행 통로를 열 때
농촌의 계절근로자 제도는 이미 국가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은 서류가 복잡하고 브로커가 많다”고 말하는 현실은 부끄럽다. 농민들은 “정부 제도는 현장을 모른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 몇 명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불합리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전문 행정사가 역할을 나누어야 한다.
행정사는 단순히 민원 서류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 아니다. 법과 제도의 경계를 이해하고, 현장의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올 수 있는 ‘현장 행정 전문가’다. 지금처럼 행정사가 제도 밖으로 밀려나 있고 불법 브로커가 행정의 자리를 대신한다면, 우리 농촌의 행정 질서는 끝없이 무너질 것이다.
이제 정부는 선택해야 한다. 불법 브로커에게 농촌의 행정을 맡길 것인가, 아니면 전문 행정사에게 공공 행정을 위탁해 투명한 시스템으로 바꿀 것인가. 농민과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신뢰를 세우는 길은 분명하다. 제도의 중심에 ‘행정사’를 세우는 것이다. 계절근로자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불법 시장을 근절하려면 행정사가 공적 영역의 한 축으로 참여해야 한다.
불법 브로커가 활개치는 현실은 단지 농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행정의 무능이 낳은 결과이며,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징후다. 이제는 전문 행정사 제도를 강화해, 행정의 빈틈을 메우고 농촌 현장을 법의 울타리 안으로 되돌려야 한다.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법의 자리를 지켜야 할 사람은 바로 ‘행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