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행정사회가 ‘제1회 공익행정사 양성과정’을 통해 59명의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언뜻 보면 작은 소식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 숫자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행정의 공공성과 접근성, 더 나아가 대한민국 행정 서비스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행정 민원은 단순한 서류 처리 범주를 벗어나 사회적 구조의 민낯을 드러내는 영역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행정 전반에 도입되면서 많은 절차가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시민이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
고령층·저소득층·외국인 주민·소상공인 등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은 복잡한 행정 언어와 절차 앞에서 여전히 길을 잃는다. ‘모르면 손해를 본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행정은 더 이상 창구 몇 개 확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공익행정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한 제도다. 행정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억울함을 풀 채널을 찾기 힘든 시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의 최전선’ 역할을 한다. 이는 기존 행정서비스가 놓치고 있던 마지막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이며, 행정의 본질인 국민 보호를 다시 부각시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120시간의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행정 철학’
이번 양성과정은 120시간, 실습 중심의 교육 과정, 전국 지자체에서의 현장 수습 등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핵심은 교육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행정을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의 제시다.
그동안 행정은 ‘절차 중심’, ‘문서 중심’, ‘규정 중심’으로 기능해 왔다.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강조될수록, 행정은 사람의 온도를 잃었다.
공익행정사는 그 흐름을 되돌리는 첫 시도다. 행정이 제도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향해 내려오는 것으로 그 방향 전환의 출발점이 바로 이번 첫 수료생 59명이다.
대한민국 행정의 오랜 숙제—‘행정 사각지대’ 해소
한국 사회는 경제 규모에 비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정 접근성은 여전히 불균형적이다. 특히 △ 사회적 약자 △ 외국인 주민 △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행정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예컨대, 서류 한 장 출력을 위해 구청을 오가는 일, 행정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보조금이나 지원제도를 스스로 신청하지 못하는 문제, 복잡한 체류·노동 관련 민원에 막혀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이 모든 문제는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이 아니라, 행정체계가 담아내지 못한 구조적 문제다. 이번 공익행정사 양성과정은 바로 그 구조적 결함에 대한 제도적 응답이다. 행정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다가갈 수 없는 시민에게 찾아가는 행정, 설명하는 행정, 도와주는 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59명은 숫자가 아니라 ‘59개의 변화 가능성’이다
이번 첫 기수를 두고 ‘인원이 많지 않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 변화는 언제나 숫자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
공익행정사 59명은 다음과 같은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시민이 행정에 접근하기 쉽도록 돕는 안내자
△ 외국인 주민에게 제도의 문턱을 낮춰주는 통역자
△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 행정 절차를 지원하는 조력자
△ 억울한 민원을 구조하는 권리 보호자
이들은 단순히 ‘행정 인력’이 아니라, 행정의 공공적 기능을 실질적 삶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매개자다. 공익을 위한 행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정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체들이다.
대한행정사회는 이제 미래 행정의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첫 공익행정사 양성과정은 성공적인 출발점이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공익행정사의 역할과 권한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
△ 지자체와의 협력 모델을 구조화할 필요
△ 지속 가능한 교육 체계를 위한 재정·운영 기반 마련
△ 디지털 행정 격차 해소를 위한 전문화 과정 개발
대한행정사회는 이 제도의 설계자이자 운영자다. 동시에 행정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전문단체다. ‘행정이 시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라면, 공익행정사 제도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의 5년, 10년 동안 이 제도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따라 한국 행정의 품질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행정의 완성은 사람 만이 할 수 있다
행정은 사람에게 닿는 순간 완성된다. 이번 공익행정사 수료식은 행정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다. 행정은 시스템의 문제도, 규정의 문제도 아니다. 행정은 언제나 ‘사람’의 문제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민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생계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며, 누군가에게는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일 수 있다.
공익행정사 제도는 이런 행정의 현실을 직시한 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첫걸음이다. 59명의 공익행정사가 시작한 작은 변화가 머지않아 행정은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권리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이번 첫 양성과정은 단순한 시범 사업이 아니라, 한국의 행정문화가 ‘수직적 전달’에서 ‘수평적 동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행정은 국민에게 ‘따라오라’고 말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함께 가자’고 말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공익행정사는 바로 이 전환의 상징적 존재다. 그들은 민원인과 같은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제도의 언어를 일상어로 번역하며, 복잡한 과정 속에서 방향을 제시한다. 행정이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실천적 장치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 제도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공익행정사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 또한 필요하다. 많은 시민은 여전히 ‘행정 절차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정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개인의 시험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공의 과정이다. 공익행정사는 바로 그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이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행정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고, 필요한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