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박정환 ]

(산청군 단성면 사무소 전경)
연말을 앞두고 산청군 단성면의 한 마을에서 이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마을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마련돼야 할 이장 선거가 오히려 주민 간 분쟁으로 번지는 상황, 그 중심에는 단성면의 왜곡된 행정 지침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청군 단성면에서는 ○○마을의 연말 이장 선거와 관련해 주민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현재 해당 마을에서 주민총회의 승인을 받아 시행 중인 마을 규약을 외면한 채 ‘산청군 마을 별 자치 규약 표준안’의 예시 문구를 마치 강제성 있는 권고안처럼 전달했다. 이로 인해 선거 절차 전반에 혼선이 빚어졌고, 주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산청군은 지난 2023년 7월, 마을 공동체 회복과 갈등 예방, 공정한 이장 선출을 목표로 ‘산청군 마을별 자치 규약 표준안’을 제정해 읍·면을 통해 각 마을에 안내했다. 이 표준안은 말 그대로 ‘기준’이자 ‘예시’로, 각 마을이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규약을 제정하도록 돕기 위한 취지였다.
이에 따라 단성면 ○○마을 역시 표준안을 바탕으로 주민 합의를 거쳐 자체 마을 규약을 제정했고, 현재까지 이를 성실히 시행해 오고 있다. 해당 규약 제7조에는 이장 선거를 위해 선거 관리 위원회(3~5인)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구성원 중 호선 또는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는 연말 총회를 제외하면 주민 과반수 참석이 어려운 농촌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선택이었다.
이 규약에 따라 해당 마을은 지난 10월 29일 임원회의에서 선거 관리 위원장을 선출했고, 12월 4일 이장 후보 등록과 연말 총회 일정까지 공식 공고했다. 그러나 후보자 중 1 명이 마을 규약상 해임 사유에 해당 된다는 이유로 등록이 반려 되자,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주민들이 단성면을 방문하여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산청군 단성면 전경)
단성면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마을 규약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표준안에 포함된 ‘주민총회를 통한 선출’ 예시를 근거로 선거 관리 위원장이 주민 총회에서 선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지난 12월 16일, “주민 총회 소집 명분 및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산청군 마을 이장 선출 절차 세부 권고”안 이행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해당 마을 이장에게 전달했다.
이 공문으로 마을은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주민 과반수 참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거 관리 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는다면 이장 선거 자체가 무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말 총회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행정 개입은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쟁의 불 쏘시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 큰 문제는 표준안과 마을 규약 사이의 우선 적용 원칙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표준안은 어디까지나 마을 규약 제정을 돕기 위한 예시이며, 주민 합의로 제정돼 시행 중인 마을 규약이 우선 적용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단성면사무소는 표준안의 예시 문구를 강한 성격의 권고안으로 왜곡해 전달하며 특정 해석을 사실상 강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단성면에는 총 38개 마을 중 28개 마을이 자체 규약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그렇다면 면 행정은 각 마을 규약과 표준안 간의 차이를 검토하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연말 주민 총회를 사흘 앞두고 마을 자치를 흔드는 공문을 보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행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마을 자치는 주민의 합의와 신뢰 위에 서야 한다. 행정의 작은 왜곡 하나가 공동체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단성면사무소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무엇이 진정 마을을 위한 행정인지 다시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