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박정환 ]
'신재생 에너지의 그늘과 무너진 행정의 일관성'
(산청군청 전경)
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사회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그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법적 기준인 조례가 특정 업체의 편의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면, 그것은 이미 공공의 안녕을 위한 법치행정이 아닌 사익을 위한 특혜 행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산청군 오부면 왕촌리 일대에서 진행 중인 '신촌 1~6 태양광 발전소' 허가 과정은 이러한 행정 신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지난 5년간 산청군과 인근 고성군을 비롯한 서부 경남권은 조례상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군 기조'라는 명분 아래 토지 위 태양광 설치를 엄격히 불허해 왔었다. 그런데 왜 유독 이 사업 앞에서만 산청군의 견고했던 원칙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 것일까? 주민의 생활권을 지켜야 할 조례가 무력화된 이 역설적인 상황의 실체를 파헤쳐 본다.
신촌 1~6 발전 사업 허가는 '그리드 선점'과 '쪼개기'의 교묘한 결합
산청군은 2026년 2월, 오부면 00리 897번지를 포함한 대규모 부지에 1~6호 발전 사업을 허가했다. 이 사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법망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쪼개기'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다.
▲ 정밀한 용량 분할 : 1~5호는 각 0.99936 MW, 6호는 0.7704 MW로 허가되었다. 총 합계 약 5.7MW에 달하는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1MW 미만으로 6개 사업을 쪼갠 이유는 명확하다.
▲ 한전 선점권 악용 : 한전 규정상 1MW 미만 사업자는 '개발행위 허가'를 득하기 전에도 전력 계통 용량을 미리 선점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그리드 알박기'로, 추후 본 허가 과정에서 군이 심의를 반려하기 어렵게 압박하거나 타 정당한 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 물리적 쪼개기의 증거 : 1호(7,845㎡), 신촌 5호(00리 292-3, 293-1 등), 6호(00리 297-2, 298 등 / 6,152㎡) 등 인접한 필지들을 세밀하게 분할하여 대규모 환경 훼손을 소규모 사업인 양 위장하고 있다.
▲ 매수형 상생 전략 : 사업자 측은 마을 주민들에게 일부 지분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이는 주민의 동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조례라는 법적 방어선을 '찍어 누르고' 들어오려는 전형적인 꼼수이다.
"숫자와 거리가 증명하는 명백한 조례 위반, 불법성"
본지가 산청군 군계획 조례 제18조의3(태양광 발전시설 기준)과 실제 현장을 대조한 결과, 해당 사업지는 허가가 불가능한 수준의 위반 사항들을 내포하고 있다.
구분 | 산청군 군 계획 조례 기준 (제18조의3) | 1~6 발전소 실제 현황 | 위반 여부 |
도로 이격 거리 | 군도 기준 500m 이내 입지 불가 | 군도에 바로 인접하여 위치함 | 명백한 위반 |
주거 밀집 지역 | 5호 이상 인가로부터 500m 이내 입지 불가 | 마을 인가와 바로 인접한 상태 | 명백한 위반 |
평균 경사도 | 15도 미만이어야 함 (제1항 제4호) | 기준치(15도)를 초과하는 지형 포함 | 위반 |
이러한 명백한 결격 사유에도 불구하고, 조례를 수호해야 할 공직자가 위반 사항을 인지하고도 허가 절차를 가이드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선 특정 업체와의 결탁 의혹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예외 조항'의 사유화와 무책임한 칸막이 행정
산청군은 조례 제18조의3 제4항(군수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심의를 거쳐 기준 완화 가능)이라는 '독소 조항' 뒤에 숨어 있다. 지난 5년간 기준을 모두 갖춘 사업자들마저 '군 기조'라는 이름으로 배척해 왔으면서, 왜 이 불법적 사업에 대해서만 '특별한 사유'라는 면죄부를 발행해 준 것일까?
▲ 발전사업 허가 부서 : "전기사업법상 절차에 문제가 없어 허가했을 뿐이며, 개발행위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발을 뺀다.
▲ 개발행위 허가 부서 : "아직 정식 접수 전이라 조례 위반 여부에 대해 공식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한다.
▲ 한국전력 : "1MW 미만이라 규정대로 용량 접수를 받아주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부서 간 칸막이 행정과 책임 떠넘기기 속에 '발전사업 허가'라는 면허를 손에 쥔 업체는 이를 무기로 군계획위원회를 압박하며 조례를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다. 이는 법치행정의 실종이자, 심의 제도의 사유화이다.
산청군 행정 신뢰 회복을 위한 전면 재조사를 촉구한다.
산청군 오부면에서 벌어지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태양광 사업의 찬반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산청군의 답변이 있어야 한다. 조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쪼개기'를 통해 법망을 조롱하는 사업자에게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성실히 법을 지켜온 군민들에 대한 기만이다.
산청군에 다음과 같이 엄중히 촉구합니다. 첫째, 조례 입지 기준을 명백히 무시한 1~6호 발전사업 허가 과정 전반에 대해 감사기구의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군계획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어떠한 '특별한 사유'가 조례의 원칙보다 우선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조례의 예외 조항이 특정 업체의 수익을 보장하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산청의 산천과 주민의 삶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여야 한다. 무너진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단추를 바로잡고 법과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