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님, 차양도 제가 설치했고 수도도 제가 설치했는데 보상을 받으려면 이장님 확인서를 받아오랍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을 다니다 보니 이것이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장물 보상 과정에서 이장 또는 인근 주민의 사실확인서, 인우보증서, 인감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심지어 제출하지 않으면 협의가 사실상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과연 이러한 요구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 경상북도개발공사에 각각 질의하였다.

먼저 국토교통부의 답변은 의외로 명확했다.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과는 2026년 5월 27일 국민신문고 회신(접수번호 2AA-2603-1071427)을 통해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토지보상법에서는 토지, 물건 및 권리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특히 이·통장의 소유사실확인 제도는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토지보상법상 이장이나 통장의 소유사실확인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요구하는 이장 확인서는 무엇일까.
이번에는 한국부동산원에 질의하였다.
한국부동산원 공익보상처는 2026년 3월 31일 회신(접수번호 2AA-2603-1094360)에서 민법 제197조의 점유추정 규정, 민법 제256조의 부합 규정, 관련 판례들을 설명하면서 지장물의 소유관계에는 다양한 법적 논점이 존재한다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보상안내문에는 위 서류를 제출할 것을 안내하고 있으며, 「토지보상법 시행령」 제8조의 일반조항을 근거로 관련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시행령 제8조 어디에도 이장 확인서나 인우보증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경상북도개발공사의 답변이었다.
경상북도개발공사는 2026년 4월 2일 회신(접수번호 2AA-2603-1046594)에서 사업시행자는 정당한 권리자를 확인할 의무가 있고, 등기가 없는 물건의 경우 인우보증자로서 이장 등을 지정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음과 같은 답변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우리공사 외 공익사업을 위한 보상업무를 수행하는 대다수 기관에서 지장물 소유사실 확인 시 인우보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 답변은 두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첫째, 이러한 관행이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관행이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업시행자가 진정한 권리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잘못된 사람에게 보상금이 지급되면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당한 권리자를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에 없는 서류를 사실상 의무화할 수 있는가?” 행정법의 기본원리는 법률에 근거한 행정이다. 특히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토지보상 현장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수행해야 할 조사와 확인의 책임이 점차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법 제197조는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지장물의 소유관계는 현장조사, 물건조서, 사진대지, 항공사진, 위성사진, 전기·수도 사용내역, 과세자료 등 다양한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장이나 인근 주민의 확인 여부가 사실상 보상절차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적법절차 원칙과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역사회 현실이다. 모든 이장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는 없다. 주민 간 갈등이 있는 경우도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도 있다. 법률상 아무런 공적 조사권한이 없는 사람의 확인 여부가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익사업은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절차는 누구보다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 정당한 보상이란 단순히 보상금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보상에 이르는 절차 역시 정당해야 한다. 이제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장 확인서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떤 법적 근거와 범위 안에서 활용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의가 중단되거나 수용재결로 이어지는 관행은 적정한 것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재산권은 관행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
공익사업의 성공 역시 국민이 절차의 공정성을 신뢰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박재병 행정사(권리찾기 국토행정사합동사무소)